먼저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은 본인의 건강은 물론 사회 전반에 심각한 해악을 끼치는 중대한 범죄이며, 어떤 경우에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이 글은 마약류 범죄를 가볍게 다루거나 처벌을 피하는 방법을 안내하려는 것이 아니라, 형사재판에서 항소심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설명드리기 위한 사례임을 먼저 밝힙니다.
의뢰인 L씨는 해외 사이트에서 감기 증상 완화에 쓰인다고 알려진 의약품을 개인 명의로 직접 구매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자유롭게 유통되지 않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L씨는 이를 마약류로 인식하지 못한 채 자신의 실명과 정식 통관 절차를 그대로 이용해 공개적으로 주문했습니다. 실제로 이전에도 유사한 제품을 문제없이 구매한 경험이 있었던 터라, L씨로서는 이번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해당 성분은 국내법상 마약류로 분류되어 있었고, 통관 과정에서 적발되며 L씨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게 되었습니다.
1심 법원은 여러 정상을 종합하여 L씨에게 벌금형과 몰수를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검사가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를 제기하면서, 사건은 항소심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나 - 은밀한 거래와는 다른 사안임에도
일반적으로 알려진 마약류 범죄는 텔레그램 등 익명성이 보장되는 경로를 통한 은밀한 거래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L씨가 자신의 실명과 통관번호를 그대로 사용하여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구매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마약류 범죄와는 태양 자체가 달랐습니다. 그럼에도 검사는 결과만 놓고 원심의 형이 가볍다고 보아 항소했고, 자칫 항소심에서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될 위험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 검사는 징역 3년을 구형했습니다.
변호인의 대응
저희는 항소심에서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중심으로 원심의 양형이 부당하게 가벼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소명했습니다.
L씨가 실명과 정식 통관 절차를 그대로 이용해 공개적으로 구매했다는 점에서, 은밀하게 유통·거래되는 일반적인 마약류 범죄와는 범행의 태양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
이전에도 유사한 제품을 문제없이 구매해본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문제가 없으리라고 오인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
L씨가 공소사실을 인정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고,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전혀 없다는 점
가족들이 L씨를 위해 헌신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L씨 스스로도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규제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게 되었다는 점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을 항소심 재판부에 설득력 있게 전달했습니다.
결과 - 검사의 항소 기각
항소심 재판부는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고,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대법원 판례 법리를 인용하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원심에서 선고된 형이 그대로 확정된 것입니다.
이 사례가 주는 시사점
첫째, 해외직구를 통한 의약품·건강기능식품 구매 시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해외에서는 자유롭게 유통되는 성분이라도 국내법상 마약류로 분류되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몰랐다"는 사정만으로 처벌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 사건처럼 은밀한 거래가 아니라 실명과 정식 절차를 통한 구매였다는 점, 그리고 오인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경위는 양형에서 의미 있게 고려될 수 있습니다.
둘째, 1심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 하더라도 검사의 항소로 결과가 뒤집힐 수 있는 만큼, 항소심 단계에서도 1심의 양형 요소들이 제대로 유지·소명될 수 있도록 끝까지 세심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마약류 관련 사건은 죄질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사건 초기 단계에서부터 변호인과 함께 정확한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대응 방향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건 사례는 공개된 원문에 기재된 사실과 결과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사건마다 사실관계와 증거가 다르므로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김현욱 변호사의 아래 블로그 글을 바탕으로 홈페이지 독자에게 맞게 정리했습니다.
